서울시병원회(회장 고도일)가 2025년 2월 11일(화) 롯데호텔에서 가진 제8차 정기이사회에서 전회의록 및 회무에 대한 보고를 들고, 2024년도 결산에 이어 2025년도 사업계획(안)과 예산(안)을 심의, 승인해 제47차 정기총회에 상정키로 한 후 이 자리에 참석한 이사 모두가 현재 병원들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고도일 회장(사회, 서울시병원회장)
지난 2024년도에는 저희 서울시병원회가 모 언론사와 공동으로 몇 차례에 걸쳐 보건의료분야 전문가와 관련부처 실무 국장 및 과장 등을 초청하여 특별간담회를 갖고 병원 현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이때 다루어졌던 내용은 코로나 팬데믹 때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받던 공공병원들이 펜데믹 이후 정부 지원이 크게 줄어들면서 경영이 어려워진 점을 비롯해 그동안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직면한 문제점이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응급의학, 소아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등의 문제, 그리고 병원 식비 문제 등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병원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로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이 자리에 계신 원장님들의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현석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
수련병원 레지던트, 그러니까 전공의 문제인데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한다면서 배정비율을 50대 50으로 한다고 했다가 의료계가 크게 반대하자 서울 55%, 지방 45%로 하는 것으로 2024년에 마감했었지요. 처음에 나왔던 50대 50은 서울에 있는 수련병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대단히 불합리한 부분이고, 인위적으로 전공의를 무리하게 배정하게 되면 이로 인한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공공병원들에 대해서는 공공 TO 전공의를 별도로 배정해 주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배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 같습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지만 무조건 서울에 있는 병원들에 대해서는 적게 배정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병원협회에서 목소리 좀 내주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윤승규 가톨릭대학교 서울·여의도성모병원장
어려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요. 우선 그동안 전공의들이 하던 일을 교수님들이 맡아 할 수밖에 없어 이제는 거의 탈진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응급상황이 잦은 심장 또는 심장혈관이나 뇌혈관 분야 교수님들의 경우 번아웃 상태에 빠진 것이 이미 오래전의 일입니다. 더구나 펠로우들의 지원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교수님들이 간신히 PA들과 함께 이끌어가고 계시니 그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두 번째는 암 환자들에 대해 이전에는 최소한 1개월 이내에 다 해결을 해줄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3개월 이상 지연되기 때문에 1기 또는 2기 진단을 받은 암 환자라고 해도 막상 수술해야 할 때는 상황이 좋지 않아지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어 환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려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현 의료상황을 해결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여 이전과 같은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장석일 성애병원 의료원장
현재 저희 병원과 같은 종합병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일관성없는 정부 정책으로 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응급실이 힘들다고 하면 응급실 수가 내지는 근무 의사의 대우를 조정해 주는 방식으로, 땜질식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실감하고 계실 것입니다. 이런 정책은 병원 입장에서 볼 때 환자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해당 분야 근무 의사의 급여인상으로 직결됨으로써 결국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요.
앞서 전공의 문제에 대해 언급해 주신 원장님도 계십니다만 저희 같은 종합병원들의 전공의 티오는 이미 수년 전부터 줄여 온 것이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고 봅니다. 저희 병원만 하더라도 전공의 숫자가 이전보다 거의 반 이상 줄어들어 전공의가 아예 없어진 임상과도 있어요. 현재 대학병원들이 이전 저희 종합병원들이 겪었던 길을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입니다.
강윤규 국립재활원장
국립재활원도 작년에 적자를 크게 봐서 많이 힘들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어려운 상황을 잘 넘길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금년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겠지요. 이 자리에 계신 고도일 회장님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병원협회나 의사협회와 같은 의료단체들이 나름의 방안을 만들어 정책을 리드해 나갈 수 없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런 부탁의 말씀을 드리는 것은 그동안 우리 의료계가 견지해 왔던 수동적인 자세가 오늘의 사태를 불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사회
앞서 말씀드렸습니다만 병원 현안에 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관련부처 실무 국장이나 과장들이 참가하는 정책세미나나 간담회 등을 열어 병원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고, 올해도 이런 행사를 계속해서 가지려고 합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이런 자리나 세미나, 아니면 제 휴대폰을 통해서라도 말씀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권정택 중앙대학교병원장
보건복지부와 병무청이 전공의 사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시고 있고, 여러 가지 조치로 병원을 나간 전공의들이 반만이라도 돌아오면 일단 숨통은 트일 것 같습니다.
내년도 의대 증원과 관련해선 정부 입장도 많이 바뀐 것으로 보이기는 하는데 아직도 학생이나 전공의들이 2025년 정원도 원점으로 돌려놓으라고 해서 타결이 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대학 당국에서도 이미 뽑은 사람들이 그 대상이 되기 때문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칫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아도 대학들이 사직한 전공의들이 제기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김병인 인정병원장
제 이야기는 늘 같습니다. 개선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달 들어 저희 병원에서 이전에 비해 다소 늘어난 96건의 분만이 있었는데 긴 연휴로 인해 병원경영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저희 병원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의사, 특히 분만실의 당직 의사를 구하는 것이고, 그다음이 야간에 마취를 담당해 줄 의사를 구하지 못해 아기를 낳으려고 내원한 산모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역시 이전에 말씀드린 내용입니다만 저희 병원과 같이 서울에 위치한 병원들이 지방 소재 병원에 비해 지역수가로 역차별을 받는 문제인데, 저희 병원과 가까우면서도 경기지역 지방 병원이라고하는 대학병원조차도 지역수가라 해서 분만 시 건당 55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데 저희와 같은 서울 소재 병원들에는 그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고 있거든요. 저희 병원이 위치한 곳보다 훨씬 여건이 좋은 일산이나 분당의 병원들이 건당 55만 원의 지원금을 주고 있다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홍준석 대림성모병원장
임상의들에 대한 급여가 너무 많이 올라서 ‘과연 이대로 병원운영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데다 간호사를 구하기도 많이 힘들어 병동을 운영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회
그렇지 않아도 영상의학과에 대한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일정 기간만이라도 ‘영상의학과 의사를 구해야 한다’는 규제를 풀어달라는 이야기이지요.
구성욱 강남세브란스병원장
설 연휴 전, 이주호 부총리가 저희 병원을 방문했을 때 이번 의료사태와 관련해 의대 학생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전공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부총리 역시 이 점에 대해서는 수긍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정부가 어떤 발표를 하게 될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공의 배출이 전과 같지 않아, 앞으로 병원들이 전문의를 뽑기 힘든 상황으로 가게 될 것으로 우려가 됩니다. 이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 할 것 같고요, 또 무슨 이벤트가 있으면 필수의료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요즘의 상황에서 보면 전공의들이 지원하지 않는 임상과가 필수의료라는 농담 섞인 말도 나오고 있더라고요. 정부가 필수의료에 대해서만 중점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필수의료만 있다고 의료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필수의료의 개념보다는 앞으로 대한민국 의료를 이끌어 나갈 전공의 수련에 대한 지원이 선결문제라고 생각되어 의료단체들에서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주었으면 합니다.
심정현 심정병원장
전공의들의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부동한 것 같습니다. 이런 전공의들의 모습을 보면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볼 때 의료현장을 떠나 있는 그들에게 프리랜서 개념으로 ‘투 잡’이든 ‘쓰리 잡’이든 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실손보험 문제 역시 의료계가 홍보를 잘해서 국민이 본래의 의도대로 활용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해영 효성요양병원장
저희 요양병원들은 일반병원들에 적용하는 수가 지불제도와 달라요. 저희에게 적용되는 것은 DRG의 변형인 RUG 시스템이라고, 정액수가제인 것이지요. 그런데 이 정액수가라는 것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된 겁니다. 사실 초창기에 행위별수가제가 적용될 때만 하더라도 경영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수가체계가 RUG로 바뀌면서 요양병원 경영상태가 급전직하를 하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요양병원들은 지불제도 특성상 만성기 병원인데 급성기 병원들이 수가를 감산하는 2주 이전에 치료를 마친 후 바로 만성기 병원인 요양병원으로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점은 외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문제는 적용되는 수가가 너무 낮다는 것이지요. 대다수 요양병원은 인구의 노령화에 기대를 걸고 병원문을 열었지만 낮은 수가와 정부의 규제강화로 인해 매년 150여 군데의 병원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제대로 구분하지를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요양원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점을 요양병원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잘못 알아 요양병원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키고 있지요. 무엇보다도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의 간병비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큰 문제이고요.
이재학 허리나은병원장
전공의 문제에 대해서는 앞서 몇몇 원장님들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대학병원이 지도전문의하에 2차 병원과 연계하여 전공의를 수련하는 방향성입니다. 사실 의대를 졸업하고 바로 개원을 하는 것보다는 2년이나 3년 정도, 일정 기간 수련을 받고 자격을 인증받은 후 개원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에 대한 이슈화와 함께 정책적인 토론의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병관 혜민병원장
요즘 상황을 보고 있으면 한시바삐 그만두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서 은행 이자를 못 내는 기업을 블랙 기업이라고 한다는데 우리나라 병원들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조금 지원을 해주면 괜찮다가 그 지원이 끊어지면 힘들어지는, 블랙 기업군이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고도일 회장님이 너무 잘하셨기 때문에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차제에 법을 입안하는 국회와 정책을 펴나가는 정부의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모임을 자주 갖고 의료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리라고 봅니다. 서울시병원회가 이런 일을 하는 의료단체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조유영 자문위원
앞서 원장님들이 하신 말씀은 우리 모두 이해가 되고 마음에 와닿는 것입니다. 그러니만큼 ‘병원협회나 의사협회 차원에서 이런 내용에 대한 백서라도 만들어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
감사합니다. 지금까지도 자주 복지부나 서울시 실무자들과 만나 의료현안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기회를 더 많이 갖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오늘 토론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토론을 통해 주신 여러 원장님의 의견을 잘 정리해서 관련부처 실무자들과 만날 때마다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