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병원회(회장 고도일)가 지난 11월 15일 남산에 위치한 양식당에서 코로나19가 지속되는 동안 병원으로서 지켜가야 할 적지 않은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지정 전담병원으로서, 또는 지정은 받지 않았지만 거의 전담병원의 역할을 담당하며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며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병원장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진행을 맡은 고도일 서울시병원회장을 비롯해 국립중앙의료원 주영수 원장, 순천향대학병원 이정재 원장, 한일병원 조인수 원장, H+양지병원 김상일 원장, 혜민병원 김병관 원장이 참석해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이야기와 함께 병원들의 재난 발생 시 앞으로 대비해야 할 태세와 감염병 유행 시 병원들이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고도일(서울시병원회장)
3년이 지난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앞으로도 그 어떤 감염병이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르고, 이태원 참사와 같은 재난 역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병원들도 그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병원들이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체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도 진행 중인 코로나19 사태와 또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그 방안과 함께 예기치 않은 재난의 ‘골든타임’에 투입되어 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원장님들의 좋은 의견을 기대합니다.
주영수(국립중앙의료원장)
저희 병원에는 이태원 참사 당일 밤에 여러 명의 중증과 경증의 부상자들이 갑자기 후송되어왔지만 올 초에 새롭게 업그레이드한 외상중환자실 덕분에 중환자 치료대응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고 부상자들 대부분이 본원 응급실을 통해 곧바로 입원이 되어서 환자들에 대한 초동대응이 비교적 차질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정재(순천향대학병원장)
이태원에서 참사가 일어난 시간은 저녁 10시 20분 경이었던 것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순천향대학병원에 첫 부상자가 도착한 시간은 이날 밤 11시 36분이었습니다. 이때 병원에 도착한 부상자는 2명이었습니다. 이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사망, 또 다른 한 명은 중환자실에 입원했습니다. 그리고 10분 후에 또 다른 한 명이 왔는데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다음 날 오전 1시 9분에 네 번째 부상자가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연락을 받고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15분이었습니다. 부상자들 가운데는 이미 사망한 분들도 계셨는데 의무기록을 하고 EKG를 찍는 바람에 바로 영안실로 옮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앰뷸런스가 들어오기 시작을 하는데 그 수가 엄청난 거예요. 물론 제가 병원에 도착하기에 앞서 이미 병원 내에 ‘코드블루’가 발령된 상태였습니다. 이태원에 엄청난 사람이 다쳤다는 연락을 받고 난 직후였지요. 사고로 부상 당한 환자가 20명이 넘으면 ‘코드블루’를 발령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코드블루’가 발령되면 병원의 경영진 책임자가 모두 나와야 하고, 이들의 지휘를 병원장이 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 규정에 따라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을 비롯해 팀장급 이상 행정직 30명이 병원에 도착해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었습니다. 평소에도 응급실 앞에는 2~3대의 앰뷸런스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엄청난 앰뷸런스가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는데 하나하나 체크해 보니 거의 모두가 시신들인 겁니다. 그런 앰뷸런스가 40~50대나 되더라고요. 그래서 시신이 너무 많아 처음에는 일단 병원 복도에 안치했다가 할 수 없이 영안실을 오픈하여 온도를 최소한으로 낮춘 후 안치했습니다. 이 시신을 옮기는 과정에서 저희 병원 의료진과 행정직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오전 3시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나와 시신의 신상파악을 했고, 오전 4시에는 복지부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와서 당시의 병원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주영수 원장
사실 어떤 사건이 되었든 사건 다음에는 그 과정에서 보였던 잘못된 점을 들어 그에 대한 개선 이야기가 나와야 하기는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아직 충분히 검토된 바가 없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겠다는 논의를 하기는 아직 이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앞서 고도일 회장님이 ‘골든타임’이란 말씀을 하셨는데 재난이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에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겠습니다. 재난이 발생하였을 때 초기부터 구급 구호 조치와 더불어 동시에 의료적인 판단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어떤 재난이 되었든 부상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가장 초기 단계부터 재난 전문 의료인이 투입되어 환자 분류 및 전원 등의 의학적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김병관(혜민병원장)
저희 병원만 해도 그날 밤 시신 2구가 와서 안치실에 안치한 후 이들에 대한 신상을 파악하여 가족들에게 연락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당국의 관계자들이 참관하는 가운데 이루어졌습니다. 이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부상자와 시신을 받은 다른 병원들의 고충을 이해하겠더라고요.
조인수(한일병원장)
앞서 주영수 원장님도 말씀해 주셨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제 나름대로 아쉬웠던 점은 현장에 투입되어 의료적 측면에서 평가를 해 줄 수 있는 ‘헤드 쿼터’가 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점입니다. 현장에서 환자의 부상 정도를 판단하여 어느 의료기관으로 보낼 것인가 하는 점을 판단하는 의료직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응급의학 전문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준비된 적절한 의료기관에 환자가 이송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고도일 회장
코로나19 사태 때는 환자를 분류해서 환자를 적절히 보내는 시스템이 비교적 잘 작동했다고 보는데 이번 참사 때는 그 사건이 발생하고, 끝나는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인지 시스템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네요.
주영수 원장
전염병은 감염이 된 후에 일정 기간이 지나야 증세가 악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태원 참사의 경우는 회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전염병에 적용하는 매뉴얼과 같은 방식으로는 당연히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갑작스러운 재난 등에 대비할 수 있는 훨씬 더 정교한 매뉴얼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도일 회장
사실 그동안에도 화재라든지 열차탈선 등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사건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이네요.
주영수 원장
사실 이태원 사건 이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영등포에서 열차탈선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날도 저희 응급의료상황실 직원들이 많이 긴장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다양한 재난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어도 의료시스템이 초기상황을 주도하는 컨트롤 타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렇게 하기 어렵게 하는 아쉬운 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초기 대응과정에서 의료파트가 처음부터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법적인 측면에서 애매한 부분들이 많다는 것이 현장의 의견입니다.
고도일 회장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실 대형병원들은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 응급실이 항상 환자로 가득해서 다른 사고 환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결국, 일반 공공 또는 민간병원들이 그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상일(H+양지병원장)
상급종합병원들은 나름대로 인센티브를 받는 것 아닌가요? 그런 점에서 볼 때 그에 상응할만한 사회적 책임을 어느 정도는 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료전달체계가 빨리 적용되어 우선 현재의 응급실 체계를 개선하여 큰 병원들이 재난 시 가장 선두에서 사태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2차 의료기관들에게 능력에 맞는 책임이 돌아가게 하면 되겠지요. 예를 들면 재난이 발생했을 때 1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에 20명이 몰려든다면 올바른 처치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주영수 원장
사실 사전에 각 병원의 역량을 파악해 그에 맞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코로나19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그랬습니다만 규모가 작은 공공병원들에서는 진료 인프라가 취약해서 중환자를 잘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공공병원이라면 최소한의 자체완결적인 기본진료 인프라는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적어도 그렇게 준비는 된 상태로 감염병이라든지 재난이 발생했을 때 능력과 규모에 맞게 환자 배정이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물론 다발성 외상환자가 내원했을 때 작은 공공병원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수술적 치료를 하기는 결코 쉽지 않으므로 그런 환자들을 감당할 수 있는 큰 병원과의 연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그들 병원으로 난이도 높은 환자들을 보낼 수 있는 보장된 쿼터도 반드시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상일 원장
대형병원들은 돌발적인 사태에 대비하여 전용 병상을 갖추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명목상의 것이 아니고 갑자기 어떤 감염병이 유행한다든지, 외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질환자나 부상자를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병상은 늘 비워 놓고 있어야 한다고 봐요.
고도일 회장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 문제는 그렇게 재난에 대비하여 병상을 비워 놓고 있을 때 정부가 보상을 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겠지요.
김상일 원장
그러니까 재난 시 활용할 수 있는 대형병원들의 병상 설치를 명시화하고, 그에 따른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주영수 원장
지금도 대형병원들에서 외상환자는 거의 보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이들 외상환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저희 병원을 찾아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희는 이런 환자들이 내원할 때 병상만 비어있다면 늘 당연히 우선적으로 입원시키고 있는데요, 문제는 다발성 외상환자들과 같이 심한 환자들을 치료능력 면에서 가장 뛰어난 대형병원들이 거의 보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지요.
조인수 원장
사실 저희 병원의 경우도 외상환자를 이송하려고 할 때 마땅히 보낼만한 병원이 없어요. 받아주질 않기 때문이지요. 제 생각에 각 부문 별로는 나름대로 시스템화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앞으로 시스템과 컨트롤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부문별로 되어 있는 시스템을 하나로 묶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드라마에서 극 중 인물이 CPR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곤 합니다.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거의 죽어가는 환자에게 이 CPR을 시도하는데 사실 CPR이 정말 필요한 사람은 이를 통해 회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경우이거든요. 많은 중증 부상자들 가운데 이런 환자를 분류하는 것이야말로 현장에 투입된 의료인이 해야 할 일인 것이지요. 재난의 현장에 DMAT팀과 같은 이런 전문적인 의료진이 우선적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주영수 원장
재난 현장에는 주로 소방관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물론 이들의 활동이 재난의 피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서 말씀해 주신 대로 부상자를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는 잘 훈련된 의료진의 동시개입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조인수 원장
정부에서는 현재 권역,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는 응급의료센터를 중증 응급의료센터로 만들자고 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응급실을 통해 입원할 수 있는 중환자실 10병상, 응급실 전용 입원 병상 20개 만들어 놓으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 병상은 늘 비워 놓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응급실을 통해 이들 병실에 입원하되 가능한 한 조속히 응급처치한 후 다른 일반 병실이나 일반 중환자실로 보내라는 것이고요. 이런 센터가 조금이라도 일찍 세워졌더라면 이번 재난 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정재 원장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저희 병원의 경우도 사건 그 자체를 알기까지에는 다소의 시간이 지체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리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필요한 의료진을 급파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리고 앞서 어느 원장님이 말씀해 주셨지만, 재난 시 사용할 수 있는 응급실 병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상일 원장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필수의료에 대한 문제와 함께 응급의료에 관한 문제가 함께 협의 중에 있다는 점일 겁니다. 올해 안에 시범 모델을 만들어서 내년에는 새로운 응급의료전달체계를 적용하려는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영수 원장
좀 전에 DMAT에 관해 말씀해 주셨는데, 이번 재난 시 우리의 DMAT은 매뉴얼대로 역할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렇듯 설명서대로 작동되었지만 초기의 아주 중요한 시기부터 리얼타임으로 역할을 했다면 훨씬 더 좋았지 않았을까하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조인수 원장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난 상황, 그러니까 사고의 규모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영수 원장
그 파악을 누가 하느냐 하는 점이 중요한 것이지요. 그래서 사고 초기에 전문 의료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김병관 원장
말씀 중에 재난에 대비하여 대형병원들이 외상환자를 위한 병상 몇 개, 응급환자용 병상 몇 개를 비워 놓아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강요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현재로서 대형병원들이 그런 병상을 만들어 놓고 수가 적용을 해 줄 것을 요구한다면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사고현장에 투입된 DMAT팀이 환자를 분류해 어느 대형병원으로 보내라고 했을 때 대부분 여유 병실이 없는 대형병원들의 경우 이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면 대형병원 주변에 있는 다른 병원들로 즉시 보낼 방법을 잘 모색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코로나19 중환자실 문제와 관련해 격리 기간 2주간이 끝났음에도 후유증으로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들을 대형병원에서 저희 병원으로 보내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이런 환자들은 격리 기간이 지나 정부의 지원금이 끊어졌음에도 의사가 거의 환자 곁에 있으면서 케어를 했으나 끝내 진료비 보상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사실 비용만 생각했다면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이었지요. 이런 사례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대형병원에서 환자이송을 요청해 올 때 2차 병원들은 가능하면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대형병원들이 여유 병상을 가지고 다른 감염으로 인한 중환자를 받아 케어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고도일 회장
사실 당시 대형병원들에서 환자를 후송할 수 있는 2차 병원을 알아봐 달라고 계속해서 부탁하는데 이를 수용하려는 병원이 없어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런 참에 양지병원과 혜민병원, 한일병원들에서 흔쾌히 환자를 받아주겠다고 하여 크게 한숨을 놓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후에 다른 많은 병원이 이에 참여하여 코로나19 환자 케어에 큰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주영수 원장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저희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의 성적이 무척 좋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반 국민들의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더라고요. 일각에서 일본에서의 코로나19 사태가 매우 안 좋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데이터를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코로나19 사망률이 우리나라의 2/3정도에 불과합니다. 물론 그런 식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역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사망률이 낮습니다만.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올해 들어 오미크론으로 인한 사망률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지요. 일본은 오미크론 때에도 사망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이전부터 ‘지역포괄케어’라고 해서 의료진이 집으로 왕진도 가고 지역 안에서 자체적으로 돌봄서비스를 제공해 주기도 하는 등의 시스템이 있었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그 시스템이 그대로 작동한 것이 사망률을 줄이는데 주효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시 말해 코로나19 초기에는 일본의 감염병 대응에 상당한 혼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만 나중의 오미크론 유행까지를 포함해서 보면 결과적으로 일본은 판데믹에 효과적인 지역기반의 의료체계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보였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에 그쳤더라면 우리나라의 방식이 옳았을 수도 있지만 판데믹 상황에서는 일상적 의료체계의 작동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김병관 원장
제가 알기로 일본은 각 현마다 의과대학이 있고, 그 대학출신 의사들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출신 지역에 머물며 단계별로 환자를 케어하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하더라고요.
주영수 원장
판데믹 상황에서 특정 병원에 환자를 몰아주는 식의 방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우리가 이번 코로나19 경험을 통해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 병원만 하더라도 병실을 통째로 비우라고 해서 정말 일반 환자들과 의료진들의 고생이 많았습니다. 이런 방법이 초기 대응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상당기간 동안, 예를 들어 지금처럼 2년 이상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몰아주기식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국가의료시스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조인수 원장
문제는 지금부터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지난 코로나19 사태 동안 특히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해서 치료해 온 병원들의 경우 이들 환자를 집중적으로 케어하다 보니 다른 임상과의 스텝들이 이직하는 등 진료시스템이 많이 손상되어있는 상황이거든요. 이를 이전의 상태로 복구하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고도일 회장
오늘 저희 간담회에 참석해서 좋은 말씀을 나누어주신 여러 원장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다음 기회가 있을 때 어떤 모양으로든 재해가 발생했을 때 병원이 취해야 할 대응방안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말씀을 나눌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오늘 간담회를 모두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