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병원회
병원 in 서울

2022  
22호

코로나 대유행 이후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메타버스 병원

이언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


□ 들어가는 말


  2009년 1월 3일 태어난 비트코인의 당시 시세는 0원이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2020년 11월부터는 상승세가 심상치 않더니, 11월 말 2,000만 원 선을 넘기면서 종전 최고가를 경신한 뒤로 3,000만 원을 넘는 데 약 4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글을 작성하는 현재 시점(2022년 7월 25일 오후 4시)에서 1비트코인은 28,824,369원 49전이다. 다소 조정은 받았으나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에 대해 조금씩 배워가며 이해도를 높여가는 중 2020년부터 NFT(Non-Fungible Token)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또 다른 열풍이 불어왔다. 세상의 변화가 혁명적인 수준을 넘어 파괴적이어서 두렵기까지 하다. 가장 보수적인 의료계도 이러한 변화에 무풍지대로 남아있기는 불가능하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 이후 비대면 원격진료가 크게 증가하면서 의료계도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특히 메타버스 기술의 발전과 블록체인, 암호화폐, 5G 통신 등이 어우러지며 의료 시스템 전 반의 창조적 파괴를 예고한다. 즉 의료의 새로운 마당이 열리고 있다. 이러한 대전환기에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앞으로 전개될 변화와 병원을 포함 의료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각 당사자가 취해야 할 대응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 메타버스 병원이란


  요즈음 널리 사용되는 메타버스와 연관된 용어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AI)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VR)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AR)
  확장 현실 Extended Reality (XR)
  센서 기술
  블록체인과 웹 3.0
  DApp(탈중앙 애플리케이션), Defi(탈중앙 금융), DID(탈중앙 신원 증명) 등과 같은 다양한 방식의 탈중앙화
  암호화폐 (Cryptocurrency))와 대체 불가 토큰 Non-Fungible Token(NFT)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소셜미디어와 SNS
  Intelligent cloud
  Edge computing
  Robotics 등이다.

  이러한 메타버스와 연관된 기술들이 의료 시스템에 널리 채택되면서 자연스럽게 의료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과거의 메타버스는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주로 사용되던 3차원으로 구현된 가상 공간이었지만 ICT(정보통신기술) 혁신과 웹 3.0이 더해지면서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의료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오랜 관행이었던 공급자 중심의 의료 시스템에서 진정한 환자 중심 의료의 시대로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메타버스 병원은 현실 세계의 병원과는 의미론적으로 결을 달리한다. 앞서 열거한 각종 기술이 거대한 디지털과 블록체인 기반 의료생태계를 이루고 그 안에 메타버스 병원이 존재한다. 이는 의사-의사, 의사-환자, 병원-병원, 병원-의사, 의사-보험사, 환자-보험사 등 의료생태계의 모든 당사자 간 네트워크를 이루며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한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반드시 양자 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자 간에도 존재하고 심지어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사이에도 조성된다.


□ 메타버스 병원 생태계


  메타버스 병원이 작동하려면 4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1) 생태계 구성 당사자(People 혹은 stakeholder) 간의 연결과 원활한 소통
  2) 데이터 진본 증명과 보안, 프라이버시, 익명성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정보의 전달
  3) 합리적인 보상체계와 지불 인프라의 구축
  4)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헬스케어 기기(device)와 소프트웨어, 가상화폐

  가장 중요한 것은 각 당사자 간 확실하고 안전하며 투명한 연결이다. 메타버스 병원에서 각 당사자 간 네트워크를 만들고 소통하는 인프라는 메타버스 병원의 기본 골격이 된다. 아울러 의료데이터의 진본 증명, 저장, 보안, 상호교류가 무리 없이 이루어지는 블록체인 기반의 시스템 구축이 이루어져야 한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현금 사용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디지털화폐를 사용하여 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한 지불 등 경제활동이 안전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의료생태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할 각종 센서를 장착한 기기(웰니스기기, 의료기기), 디지털 치료제 등이 필요하며, 의료서비스를 전달하고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한 인력과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마다 현행 법률 또는 규제와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처음 개척하는 일이므로 아직 법률과 규제의 적용이 모호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따라서 시작은 비교적 충돌이 적고 극복할 수 있는 부분부터 조심스럽게 실증하면서 확장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메타버스 의료생태계 메타버스 의료생태계

메타버스 병원 진료 과정 모식도 메타버스 병원 진료 과정 모식도


□ 메타버스 병원의 기대효과


  폐동맥 고혈압, 비전형 파킨슨병 등 치료가 어렵고 상대적으로 발생빈도가 낮은 질환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 수가 적고 진단과 치료를 위한 시설과 장비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므로 수도권과 지역 간의 진료의 격차가 발생한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전문 의사가 지리적 장벽을 초월하여 쉽게 만날 수 있는 메타버스진료 플랫폼이 필요하다. 메타버스 병원은 환자는 필요한 의사를, 의사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환자를 적기에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해 준다.

  의사와 의사 간 특히 일차 진료 의사와 전문의 간에 원활한 소통이 메타버스 병원 공간에서 보장되면 환자는 필요한 의사를 만나기가 쉬워지고 그만큼 생존 기회가 높아진다.

  전문의와 전문의 간 네트워크를 활성화하여 환자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간 의견을 교환하게 하여 치료의 질을 향상 시킨다. 메타버스 병원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의들 간 네트워크뿐 아니라 세계적인 의료기관 의사들과도 네트워크를 만들고 소통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의들이 모여 다학제 진료나 그랜드 라운드를 할 수 있다.

  의사 외에 다양한 치료 제공자(예: 영양사, 물리치료사, 심리치료사 등)와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진정한 환자 중심 진료를 실행할 수 있다.

  전국에 산재한 희귀 난치성 질환 환자, 병원 방문을 위한 이동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 다문화 가정과 소외 취약 계층 등이 전국 어디서든 지리적 제약 없이 메타버스 병원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다양한 생체신호 모니터링 센서와 기기를 개발 또는 발굴하여 이를 기반으로 한 질병 예방을 위한 건강 관리와 관제, 위험신호 대응, 낙상 방지 및 감지 등에 사용할 수 있다.

  각종 디지털 치료제들을 메타버스 병원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여 환자치료에 유용하게 사용함과 동시에 국내외 시장 개척에 도움을 준다. 아울러 의료계의 오랜 숙제인 수도권 쏠림 현상 해소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메타버스 병원을 통해 지리적 한계를 극복 전국 어디서나 같은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그리하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난치성 질환자가 거주지 인근에서도 진료와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어 이동의 불편함과 비용의 경 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를 적기에 쉽게 만날 수 있게 함으로 의사를 찾는 데 사용하는 비용, 시간을 줄이고 불필요한 중복 진료를 회피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국가 의료비 절감이 가능해진다.

  메타버스 의료생태계에서 의료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각종 시도를 해보고 실효성을 검증함으로써 대한민국 의료수준을 높이고 K 의료의 전초기지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의료 시스템, 5G 6G 통신, 디지털화폐 사용의 실증 등 많은 시도가 필요하다. 메타버스 병원은 이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COVID-19 등 빈번하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에 대한 선제적 환자관리 솔루션 제공하여 질병관리의 상당 부분을 비대면으로 가능하게 함으로 의료진의 불필요한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 나가는 말


  의료계는 전 세계적으로 대전환기를 맞이하였다. COVID-19의 대유행과 기술적 진보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판이 열린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전환기에는 위험과 기회가 함께 존재한다. 변화의 물결에 어떻게 적응하고 준비하는가에 따라 누구에게는 기회가 누구에게는 위협이 될 것이다. 메타버스가 당면한 의료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제공할 수 있다. 메타버스를 통해 당면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다 보면 의료인과 병·의원을 비롯한 의료 시스템 모두 진일보할 것이다. 메타버스로 인해 의료계는 새로운 대항해 시대를 맞이하였다. 변변치 않은 선박과 소수의 선원을 데리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희망봉 루트를 개척하여 인도까지 항로를 열은 포르투갈 탐험가 바스쿠 다가마의 심정으로 용감하게 도전할 것을 모든 의료인에게 권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