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병원회는 제5차 정기이사회와 함께 제35차 병원CEO포럼을 개최했다. 정기이사회와 이 자리에 참석한 병원장들의 토론을 마친 후 속개된 “병원CEO포럼에선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품질과 수익개선방안, ‘우리 병원 발전전략의 출발점’”이란 주제로 유알스코프코리아 반혜숙 대표가 강연했다. 반혜숙 대표는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 석사를 취득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기획부 과정과 우리들병원그룹 수가기획 이사를 거쳐 현재 유알스코프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반 대표는 그동안 대학병원을 포함한 여러 병원에서 진료실적 분석, 진료패턴 적정화 컨설팅, 수가체계 점검 등의 업무를 수행해왔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품질과 수익개선방안
오늘 제가 말씀드릴 내용은 ‘어떻게 하면 의료품질과 수익개선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입니다. 제가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지금이야 다 디지털화되고 인터넷이 보편화되었지만 제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근무할 당시만 해도 그렇지 못해 병원에 이벤트, 특히 실사와 관련된 건이 있으면 제가 회람을 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병원들이 수가 적용을 하는 데 참 어려움이 많겠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양급여 기준을 적용해서 급여와 비급여와 같은 수가체계를 잡는데 많이 어려워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제가 심사평가원을 그만두고 모 전문병원에 들어가 수가 기획 분야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이 병원에서 저를 영입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저를 뽑아주신 병원 이사장님이 하는 말씀이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7억 원, 부산에 있는 병원에서 7억 원을 벌어 그 돈을 모두 실사를 받고 과징금으로 냈다”면서 결국 환자를 진료하고 번 돈을 실사에 따른 과징금으로 다 까먹고 있다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이 병원이 그동안 받았던 실사에 대한 조사를 해보았는데 결국 수가체계를 제대로 잡지 못해 빚어진 결과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조사한 내용을 보고드리면서 수가 기획의 필요성을 말씀드린 후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수가 기획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이 병원을 그만두고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동안 이 병원에서 민원이 발생했다거나 실사로 인한 과징금을 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제가 진료패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지요.
그런가 하면 호남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계신 한 이사장님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토요일이고, 일요일이고, 쉬지 않고 병원을 운영해 있는데 수익이 오르지 않아 더는 계속할 수가 없다”면서 ‘그 이유를 조사해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소속되어 있는 회사에서 분석시스템을 이용해 분석해 본 결과 다른 표준병원들과 비교해 볼 때 진료패턴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병원을 경영하고 계신 분들에게 먼저 세 가지 질문을 하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는 ‘병원에 수가 기획 전담부서를 두고 있는가?’이고, 두 번째는 ‘수시로 정책 방향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통합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가?’이며, 세 번째는 ‘질환별 수익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가?’입니다.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적정성 평가지표까지 감안한 수가 기획은 진료패턴 적정화가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정부의 수가개편 방향은 중증도와 난이도가 높고, 중증 응급환자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올해(2024년) 수가체계와 비상진료수가 개편 내용을 보더라도 그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24시간 내 응급의료행위를 했을 때 마취료 및 처치, 수술료가 인상되었고, 응급진료 전문의 진찰료가 100%, 응급환자 응급의료행위 시행료가 50%에서 150%로 인상되었으며, 중증입원환자 비상 진료 정책지원금 등 중증 및 응급환자 진료비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졌습니다. 반면 중증도나 난이도 낮은 행위에 대한 보상은 약화하는 대신 상대가치점수가 15% 인상되는 등 종별가산에 대한 개편이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대학병원에서 수술 등 치료를 받은 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이 되어 지역 중소병원으로 환자를 회송했을 때 그 회송비를 30%에서 50%로 조정하기도 하였습니다.
올해 이같이 수가개편이 이루어졌을 때 예상되는 수익증가율은 약 1.4% 정도로 전년도와 비교해 볼 때 기능 내시경‧천자‧생검(4.9%), 방사선 치료(10.4%), 무균‧격리실(24.8%), 집중치료실(20%) 등이 인상 조정되는 데 비해 검체검사‧초음파(-7.1), 영상진단(-7.4%) 등은 인하 조정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같은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본인부담금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수가기획과 진료패턴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동일한 수술을 했을 때 병원마다 본인부담금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임을 알 수 있는데 A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가 500만 원의 본인부담금을 지불한데 비해 B 전문병원은 490만 원, C 전문병원은 480만 원, D 대학병원은 450만 원, E 대학병원은 440만 원, F 대학병원은 410만 원, G 중소병원은 320만 원, H 중소병원(지방)은 250만 원, I 중소병원(지방)은 208만 원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일질환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병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임을 알 수 있지요.
또 동일질환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전문병원과 대학병원 간에 40%까지 차이가 나는 사례를 볼 수 있었는데 이들 병원의 B 수술에 대한 본인부담금과 재원일수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A 전문병원의 경우 B 수술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601만9천 원이고, 재원일수는 3.5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전문병원의 본인부담금과 재원일수를 각각 (100)으로 보았을 때 A 대학병원은 431만4천 원(72), 4.1일(182), B 대학병원은 413만1천 원(69), 4.0일(109), C 대학병원은 369만3천 원(61), 5.0일(109), A 종합병원은 388만9천 원(65), 7.0일(127), B 종합병원은 256만8천 원(43), 4.0일(73)이었습니다.
이렇듯 동일질환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병원마다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병원마다 적용하고 있는 수가기획과 진료패턴에서 그 요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병원들이 이 수가기획과 진료패턴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는다면 그것이 바로 병원 수익과 직결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의사 한 사람이 처방하는 검사료 또는 영상진단료에서도 의사들 간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동일질환으로 입원한 환자에 대해 의사들이 처방한 건당 검사료가 A 의사의 경우 39만8천 원, B 의사 46만9천 원, C 의사 50만6천 원, D 의사 60만4천 원, E 의사 68만6천 원 그리고 건당 영상진단료가 A 의사 58만8천 원, B 의사 64만7천 원, C 의사 63만2천 원, D 의사 46만5천 원, E 의사 58만6천 원 등으로 차이를 보여 이들 검사료로 인한 차액이 무려 1억2천만 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외에도 20개 질환에 대한 건당 진료비를 조사해 보았는데 그 가운데 14개 질환의 건당 진료비가 표준병원 대비 낮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앞서 여러 사례를 통해 병원들에서의 수가 기획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따라서 수가 기획으로 결과를 창대케 해야 하는데 그 핵심포인트가 바로 질환별 시행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료패턴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된 목적은 의료품질과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있습니다. 의료품질의 향상을 꾀하려면 먼저 의료사고와 같은 위험요인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처방을 해야 하고, 선도병원의 표준의사 처방을 참고해서 표준처방을 준수해야 하며, 적정성 및 의료 질 평가 기준을 준수해야 합니다. 아울러 가장 적정한 시기에 자원을 투입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만 합니다. 또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질환별 항목별 처방 시행률의 적정화를 기하고, 누락 수가나 코딩 누락, 착오 수가 등을 발굴하여 병원 수익의 누수를 방지해야 하며, 민원이나 과징금과 같은 실사 위험을 최소화하는 리스크 관리를 지속해서 해야 하고 환자안전 위주의 항목을 선정하고 단가관리를 하는 비급여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의료품질과 병원 수익의 적정화를 꾀하려면 선도 의사의 진료에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의료품질을 높이면서 아울러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진료패턴의 합리화와 수가의 적정성 확보가 전제돼야 하는 것아 첫 번째 관건이라 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표준처방 확산 등을 통해 투입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 질을 확보하는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질환별로 10~15명 정도의 표준의사를 선정하고 표준처방 모델을 설정하는 것일 겁니다. 특히 표준의사를 선정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서 일정 수준 이상의 건수·건당 진료비, 환자안전·최신지견·평가를 반영한 처방, 처방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적정처방 즉 전문성과 안전성, 적정성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이 의료진을 설득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URS 빅데이터를 비롯해 질적 분석시스템, 신 포괄분석시스템, 포괄 수가 분석시스템, 적정성 평가분석시스템, 삭감분석시스템, 치료재료분석시스템, 약제 분석시스템 등 7대 분석시스템과 같은 정확한 분석자료를 제시하여 의사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판단근거를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수가 기획을 통한 진료패턴의 적정화는 대부분 순수익에 근접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진료 항별 실행 효과 구성비를 입원료 11%, 재료 11%, 처치 11%, 비급여 12%, 영상 18%, 검사 21%, 기타 16%의 비율이 적정하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개선사유별 실행 효과 구성비를 처방률·시행률 적정화가 75%를 차지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단가라든지 산정 착오·누락 등에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진료과별 의료진별 다빈도 질환은 입원과 외래 각각 3개 정도가 적절하며, 표준의사와는 캡(gap)을 확인한 후 적정선 도출을 위한 개별미팅을 갖는 것이 좋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적정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질환별로 표준처방을 세팅해야 하며,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외래를 통합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질환 군별 표준처방을 만들어 적용하고 전담팀을 구성하여 관리해야 합니다. 일례로서 진료과별 질환별 시행률의 적정화가 의료품질과 수익개선의 핵심이 될 수 있으며, 주요 진료과별 다빈도 질환에 대한 개선 효과를 미리 파악하여 실행하는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아울러 의약품 적정성 평가도 데이터로 적정처방을 유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의료진들의 의약품 처방도 데이터 분석결과로 접근을 하면 용이하며, 만성질환자의 질 향상과 합병증 감소를 위한 지표관리도 용이합니다. 그 사례로서 평가지표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적정화해야 하며, 적정성 평가 검사항목도 진료수익 차이가 날 수 있고, 누락 수가도 비교 분석자료를 활용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아울러 비급여는 환자안전을 위한 항목선정과 단가관리가 관건이라는 점 역시 유의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제도의 정착과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려면 먼저 의료의 질과 가시적인 성과 확보 가능성이 큰 분야나 개선 효과가 높은 진료과에 집중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조기에 구체적인 성과를 확보해야만 합니다. 이렇듯 조기에 구체적인 성과를 확보하려면 누락수가 및 오류 수정, 수가 비교를 통한 적정화, 1차 진료과 진료패턴 적정화 등 의료 질 관리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하고, 관련 구성원에 대한 교육이나 의료 질 관리 시스템과 같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프로세스 개선과 환자 증대를 꾀해야 합니다. 즉 도입 및 변화 관리에 일정한 시간이 요구되는 제도나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환자 증대를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신규제도 도입, 핵심 프로세스의 혁신, 2차 진료과에 대한 진료패턴 적정화를 통해 제도와 프로세스의 개선을 꾀하고, 콜센터 기능의 고도화와 진료협력센터 활성화를 통해 환자 증대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안정성 확보와 함께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개선제도나 프로세스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고, 지속해서 모닝터링을 하면서 보완하며, 의료의 질 관리 및 교육기반의 안정화를 꾀해야 합니다. 이같이 신규제도의 안정화와 함께 2차 프로세스의 혁신, 3차 진료과에 대한 진료패턴 적정화 등을 통해 제도와 프로세스를 안정시키고,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 의료의 질 관리 및 수가관리팀 조직을 강화하고, 관련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환자 유입 통로인 진료협력센터와 콜센터 기능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진료협력센터의 활성화와 콜센터 기능을 고도한 사례병원의 경우 시행 1년 후 진료 의뢰 건수가 16%나 증가하고, 콜센터 기능 역시 전년 대비 환자 수 8.3%, 신 초진 62%, 전화 예약 1,9%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가 기획 적정성 여부에 따라 병원 수익이 1~15%의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다만 수가 기획의 적정성을 꾀하는 데 있어서 의료진들을 설득할만한 분석시스템이나 분석된 자료가 많지 않다는 점과 직원들이 상시 업무로 여력이 없고 경영진은 수가 기획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며, 경영진들 자신이 수가를 잘 모르고 기획실 등 일반직의 접근이 쉽지 않더라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들이 올바른 수가 기획을 하려면 전국 상위그룹의 질환별 및 개별 실적에 접근토록 하되 지속적인 데이터마이닝이 필요하고, 각종 평가지표까지 인지한 질환별 수가 기획 전문인력의 확보와 역량 강화에 유의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울러 지속적인 수가기획과 지표관리의 분위기 조성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