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의료계, 특히 각급 병원들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 관심을 갖고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의료계가 지금 많은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다.
지금 직면하고 있는 큰 변화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현재 팬데믹을 지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지만 펜데믹은 매우 짧은 기간 동안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펜데믹 때문에 새롭게 시작된 변화는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규제가 됐든, 투자가 됐든 여러 부문들에 대한 장벽들이 허물어지면서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요즘 엔데믹이나 뉴 노멀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많은 기회나 위기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범주들을 짚고 넘어가려고 하는데 헬스케어 중에서 의료라는 분야를 이야기할 수 있고, 또 새로운 기술이 많이 나올 때는 그 대상이 의료인이냐, 의료인이 아니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의료분야에 속하게 되면 규제를 받게 되고, 기계를 만들었들 때도 그것이 의료분야와 관련이 있을 때는 인‧허가가 필요하게 된다.
이런 새로운 기술 때문에 그것이 어떤 것이든 선을 그어야 하는데 그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리고 헬스케어 중에서 건강관리 중에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디지털 헬스케어라고 할 수 있고, 어떤 것은 의료와 겹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최근 들어 많이 이야기하는 것으로서 세 가지 키워드가 있는데 가장 중요하고 가장 많이 것이 의료인공지능과 원격의료, 그리고 디지털 치료제이다.
펜데믹 직전인 2020년도 1분기까지만 해도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기대가 됐었는데 펜데믹에 돌입하면서 모든 것이 불확실해졌다. 초기만 해도 펜데믹을 겪으면서 과연 이전의 좋은 분위기가 돌아올 것인가 고민을 했었는데, 사실은 펜데믹을 지나면서, 지금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 펜데믹이라는 전에 없었던 큰 위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매우 큰 기회를 맞게 되었다. 전례없는 위기상황에서, 전례없는 큰 투자가 일어나면서 투자를 비롯해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 디지털 헬스케어가 많은 주목을 받는 전성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디지털 헬스 분야는 그 범위가 매우 넓다. 그리고 여러 케이스를 이야기 하겠지만 사실 디지털 헬스 분야가 넓을 뿐만 아니라 변화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지금은 최신 케이스이지만 조금만 지나면 새로운 케이스에 뒤처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인 만큼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데이터를 측정,통합,분석,활용하는, 네 단계로 봤을 때 측정은 스마트폰, 웨어러블, 개인유전정보, 디지털 표현형, 통합은 데이터 플랫폼, 분석은 원격의료나 인공지능, 그리고 활용은 소프트웨어로 환자를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 개념이 최근들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원격의료와 관련해선 우리나라에서 불법으로 되어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전과 다른 몇 가지 전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중요한 점은 원격진료에 이미 투자를 한 의료기관들은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필요한 치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격진료를 사실상 완벽한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코로나 이전에는 원격의료를 써보지 않았거나 모르는 사람의 비율이 70% 이상이었으나 코로나 이후에는 이 비율이 많이 감소해서 최근에 와선 그 비율이 40% 이하로 내려왔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만 해도 2019년 원격의료를 사용해 본 미국인이 11%에 불과했지만 2020년 5월 기준으로 46%의 미국인이 대면진료를 대체해서 사용하고 있고, 76%는 앞으로 원격진료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뜻이 있음을 밝혔으며, 74%는 원격진료를 사용하는 것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가하면 프로바이더들의 57%가 코로나 이전보다 원격진료에 더 호의적이 되었으며, 64%의 프로바이더들이 원격진료를 하는데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그렇다 보니 미국의 주마다 원격의료 수가를 다르게 책정하고 있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한시적으로나마 대면 진료와 동등하게 지불하기로 한 주도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만 하다고 본다. 그리고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는 우리나라 역시 2020년 2월에 코로나19 사태에 연계하여 한시적으로 원격진료가 허용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병원들 가운데 몇몇 병원들이 이 원격진료를 하고 있고, 많은 사람이 이 원격의료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원격의료와 관련해 현재 의료법개정안이 상정되어 있고, 의료계 내에서도 여러 가지 변화가 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공지능 문제와 관련해선 이에 대한 관심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고, 실제 인공지능 기반 장비를 구입하여 사용하는 의료기관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인공지능이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전기와 같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의료 그 자체가 더 많은 데이터를 측정하는 방향으로 발전을 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예방의학 또는 맞춤 의료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인공지능을 더 많이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지난 몇 년동안 인공지능 분야가 엄청난 변화를 보였다. 병원들의 영상의학과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임상과에서 이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과 EU에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의 인‧허가가 증가하고 있는데 미국(222개)보다는 EU(240개)에서 허가받은 사례가 더 많았다고 한다. 이렇듯 미국에 비해 EU에서 받은 인공지능 관련 인허가가 많은 것은 EU에서 규제적으로, 인허가를 받기가 더 용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FDA가 2021년 9월 공식발표한 바에 따르면 343개의 인공지능 및 머싱러닝을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가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2021년 9월 기준으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의 국내 인허가 현황을 보년 모두 8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조만간 더욱 많은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들이 많이 나오게 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나는 의료인공지능의 범주를 세 가지 유형을 보고 있는데 복잡한 의료데이터의 분석 및 insight 도출, 영상의료 및 병리 데이터의 분석 및 판독, 연속 데이터의 모니터링, 그리고 예방 및 예측이 바로 그것이다. 그 가운데 의료데이터의 분석 및 insight 도출로는 IBM Watson과 EMR 기반으로 환자들의 진단, 역시 EMR 기반의 예후 예측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영상의료 및 병리 데이터의 분석 및 판독으로는 영상의학과의 영상진단 보조, 우선순위 판별, Image driven biomarker 등을 비롯해 병리과의 병리 슬라이드 판독 보조, AR 기반의 증강 현미경, 면역항암제 반응성 예측 등을 들 수 있고, 이외에도 안과의 당뇨성 망막반응, 피부과, 소화기내과의 대장내시경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연속 데이터의 모니터링 및 예방 및 예측으로는 패혈증‧급성신장손상‧심정지 등 병원내 환자의 이벤트 예측과 당뇨병 환자의 혈당변화 예측, 부정맥 등 심혈관 질환 예측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여러 종류의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들이 개발되었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이들 새로운 기술들에 대한 수가책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적극적으로 활동이 되고 있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이 디지털 치료제 또는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를 뽑을 것이다. 이 디지털 치료제 또는 디지털 치료기기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개념적으로 보면 약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카테고리의 약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의사가 처방하여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이다. 이는 업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고, 우리나라 식약처나 미국의 FDA에서 준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스마트용 앱인 것이다.
원래 의료기기라는 것이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것인데 비해 디지털 헬스케어가 발전하면서 소프트웨어로만 구성되어 있는 방향으로 의료기기의 범주가 확장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Digital Therapeutics의 정의는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 혹은 치료하는 고도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서 독립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고, 약제 및 기기 그리고 다른 치료제와 함께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효능과 목적, 위험도 등의 주장과 관련해서도 규제기관의 인‧허가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제는 아직까지 단 한 개도 없고, 다만 인허가를 위한 가이드라인만 나와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임상실험 계획 승인을 받아 실험을 진행 중인 것이 10여 개 정도가 되며 그 가운데 1개 정도가 임상시험을 마친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연내에 첫 디지털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이 된다. 참고적으로 미국의 경우 현재 20여 개 정도의 디지털치료제가 인‧허가를 거쳤다고 한다.
앞으로 보다 중요한 점은 우선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임상연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인‧허가를 신청할 것인지. 건강보험수가 적용을 할 것인지, 의사들이 어느 정도 처방할 것인가, 의사가 처방했을 때 환자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이 데이터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