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병원회
병원 in 서울

2022  
20호

"코로나19 사태,
지난 2년을 돌아본다"

 · 고도일 서울시병원회장
 · 송관영 서울의료원장
 · 정승용 보라매병원장
 · 조인수 한일병원장
 · 박찬병 서북병원장

  서울시병원회(회장 고도일)가 지난 달(5월) 30일 저녁 강남의 한 양식당에서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 2년 내내 이들 환자를 위한 전담병원으로서의 역할을 맡아 끊임없이 밀려드는 코로나 환자들을 진료해 온 병원장들을 초청해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그동안의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겪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의료인력 부족과 경영상의 어려움 등 갖가지 난관을 감수해 가며 오직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진료역량을 총동원해 온 이들의 이야기를 …. 이 간담회에는 진행을 맡은 고도일 서울시병원회장을 비롯해 송관영 서울의료원장과 정승용 보라매병원장, 조인수 한일병원장, 박찬병 서북병원장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 사진

고도일 회장

  고도일(서울시병원회장) :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 코로나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 될른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일단 그동안 정부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강제했던 거의 대부분의 규제가 해제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이전의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지난 2년여에 걸쳐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연일 몰려드는 코로나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노력해 온 병원장님들과 동거동락해 온 병원 의료진 및 임직원 여러분들의 노고에 먼저 진심으로 치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지난 2년 동안 제가 여러 병원을 방문해 원장님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느낀 점은 병원 간의 네트워크가 조금만 원활했어도 이번 코로나 사태를 보다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감을 느낌니다. 오늘 이 자리에선 그동안 병원장님들이 겪어 온 여러 가지 이야기들과 앞으로 이러한 사태가 다시는 없어야 하겠지만, 언제 또다시 겪을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비해 어떤 개선책이 필요하겠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송관영 서울의료원장

  송관영(서울의료원장) : 고도일 회장님도 말씀을 하셨지만 사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사태에 관여해 온 모든 병원들의 의료진과 임직원들의 노고가 가장 컸었지요. 저 역시 병원장 입장에서 진심으로 이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인수 한일병원장

  조인수(한일병원장) : 저 역시 저와 함께 코로나 2년을 함께 겪어 온 저희 병원 전체 의료진과 임직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저희 한일병원에 처음 전담병원 요청이 왔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직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처음에 이들의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지만 ‘비록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공익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한국전력 부속병원으로서 코로나 환자들을 위한 전담병원의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는 점을 설득했고, 이를 의료진과 병원 임직원들이 수락해 주었습니다.

  고도일 : 저는 한일병원이 전담병원을 맡은 것을 계기로 이후 많은 병원들이 코로나 환자진료병원으로 참여하는 계기, 그러니까 기폭제가 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조인수 : 사실 저희 한일병원은 다른 병원들이 하고 있는 장례식장이나 식당 등과 같은 의료외 수익이 거의 없어요. 근본적으로 저희 병원은 흑자를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전력으로부터의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사실 이런 점 때문에 저희 병원이 전담병원의 역할을 맡자고 있을 때 병원 임직원들이 난색을 표한 가장 큰 요인일 겁니다.

  송관영 : 저희 서울의료원의 경우 제일 힘들었던 것 가운데 첫 번째가 전공의 문제였습니다.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전담병원으로 전환이 되면 다른 일반환자를 진료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당연히 전공의 교육이 가장 먼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물론 전공의들을 다른 수련병원으로 의뢰하는 방법도 있지만 해당 전공의들의 입장에서 볼 때 많이 불편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다음으로 주요 임상스탭들 가운데 일부가 코로나19 기간동안에 병원을 떠나갔다는 점일 겁니다. 또 간호사들의 경우도 중수본에서 높은 급여를 제공하겠다는 바람에 적지 않은 인력이 떠나갔고 말입니다. 그 때의 일로 인해 지금도 저희 병원의 의사와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박찬병 서북병원장

  박찬병(서북병원장) : 그런 점에서 볼 때 저희 병원은 조금 나은 편인 것 같네요. 간호사를 비롯한 모든 임직원이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다른 민간병원들에 비해 이직률이 적은 편이지요. 특히 저희 병원과 같은 시립병원 간호사들의 경우 목표가 보건소 근무인데 보건소로 가기 전에 일정 기간을 병원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이번 코로나 사태와 같은 외부 영향으로도 다른 병원들과는 달리 거의 흔들림이 없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송관영 : 시립병원이라고 하면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서북병원과 같이 서울시가 직영하고 있는 병원이 있고, 저희 서울의료원과 같이 특별법인으로 운영하고 있는 병원이 있으며, 보라매병원과 같이 위수탁해서 운영하는 병원이 있는 것이지요. 이 가운데 직영병원 원장님들 가운데 간호사나 행정직 직원들의 신분이 공무원인 관계로 다른 병원들과 같은 의사나 간호사의 이직사태는 많지 않더라도 인력관리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조인수 :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겠지만 최근 코로나 환자가 줄어들면서 전담병원 해지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희 한일병원의 경우는 모든 병상을 해지한 것이 아니라 6병상만 남겨놓고 나머지를 해지했어요. 그런데 병원 입장에서는 보면 6병상만 코로나 환자병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병상이 있는 병동 자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지요. 그렇지만 정부가 그에 따른 손실보상을 해주고 있어 크게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닙니다.

  고도일 : 그러면 정해진 병상 이상으로 코로나 환자가 오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승용 보라매병원장

  정승용(보라매병원장) : 그럴 경우나 예기치 않게 원내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가능하면 전담병상에 입원을 시키지만 전담병상이 차 있으면 일반병실에 입원을 시켜 치료하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일반환자와는 거리를 두도록 하고 말입니다.

  고도일 : 그러면 전담병원 해지가 되어 일단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 만큼 서울의료원의 문제점을 제기되던 간호사 문제라든지, 전공의 문제는 이제 해결이 된 건가요?

  송관영 : 아니지요. 전공의 문제는 이제 일반환자를 진료하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고 볼 수 있고, 코로나 기간동안 떠나간 전문의들의 자리는 아직도 공석 중이어서 지금부터 계속해서 충원을 해야만 합니다. 문제는 간호사이지요. 아마도 급여를 많이 주고 있는 병원들에 비해 저희 병원의 수준이 다소 낮기 때문에 쉽게 충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한 말씀 드리자면 우리가 이전에도 사드나 메르스 등의 사태를 겪어서 잘 알고 있지만, 이번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사태가 발생했을 때 당연히 공공병원이 최일선에 투입이 될 수 있도록 하되 이들 공공병원의 능력이 부칠 만큼 사태가 확대 또는 악화되었을 때는 자동적으로 민간병원, 특히 대형 민간병원들이 자동적으로 개입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승용 : 이번 코로나 사태는 분명히 공공병원들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만큼 민간병원들이 많이 개입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그러지 못했던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래서 공공병원들의 어려움이 여러 병원장님들이 말씀하고 있는 만큼 심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을 합니다.

  고도일 : 그렇다고는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 볼 때 민간병원들에 대해 억지로 개입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송관영 : 지난 2년 여에 걸친 코로나 사태는 어찌보면 전시상황이나 다름없었다고 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정부나 모든 민간병원들도 대처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정승용 :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지 많이 시간이 지나서이긴 하지만 정부가 행정명령을 발동해 보다 많은 병원들의 개입을 종용했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많은 민간병원들이 정부가 하는 약속을 신뢰하지 않아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의 협조를 받아내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것은 이전의 병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던 메르스 사태 등의 경험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코로나 환자들에 관한 한 동일재단의 병원에서조차 환자를 받으려 하지 않았던 사례도 있었더라고요.

  고도일 : 사실 대형 민간병원들의 경우 그동안 일반병원들에 비해 받은 혜택이 적지 않았다고 보는데 실제 그들 병원들이 한 역할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야기들이 있더라고요.

  정승용 : 그래서 앞으로 정부가 제도적으로 이번과 같은 감염병 사태가 발생했을 때 모든 병원들이 자동적으로 그에 투입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박찬병 : 그리고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드러난 문제들 가운데 하나가 국립체제 병원과 시립체제 병원 간에 정보교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일 겁니다. 그러다 보니 각자가 상대방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런 시스템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다음에도 똑같은 어려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지요.

  송관영 : 사실 메르스가 되었든 코로나가 되었든, 그 어떤 감염병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공공병원들이 먼저 뛰어들 수밖에 없게 되어 있어요. 이렇듯 공공병원이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는 해도 그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공공병원들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정부가 적절한 시기에 행정명령을 내리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정승용 : 음압병실의 경우만 보아도 기존에 입원해 있는 일반 환자를, 물론 음압병실로 개조하기 위해 다른 병동이나 병원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환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쫓겨난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렇듯 환자들이 쫓겨난다고 생각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음압병실의 포터블 방식을 채택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송관영 : 저는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서울의료원 부원장으로 있었습니다만 그 당시에도 참으로 많이 어려웠었지요. 그 때의 상황을 비추어 보았을 때 보라매병원 정승용 원장님 말씀처럼 감염병환자 치료를 위한 시설보완을 이유로 입원해 있는 일반환자를 쫓아내는 일이 없도록 하는 하드웨어로 시설을 지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씀하셨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 막바지에 정부가 취했던 행정명령을 적절한 시기에 발동하여 사태를 효율적으로 끌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고도일 :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병원장님들은 지금까지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의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해 오셨기 때문에 실제 하실 말씀이 많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이상으로 오늘 간담회를 마칩니다만 오늘 해 주신 여러 가지 말씀을 바탕으로 정부가 감염병의 대량 발생 시 필요한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모든 의료기관이 국공립이나 민간에 구분 없이 모든 병원이 앞장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이 나라와 국민들의 큰 걱정거리 하나를 덜어 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병원장님과 그동안 코로나 극복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각급 병원 의료진과 임직원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치하를 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정리 김성환)